-누가복음을 강의하시며, 보수의 끝과 진보의 끝에 서지 말라는 말씀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번 학기의 부산외대 강의는 2021년 9월 2일 목요일에 시작되었다. ‘기독교의 이해’와 ‘현대인과 성서’ 과목이다. 전자는 1, 2학년을 후자는 3, 4학년을 위해 개설된 교양과목이다. 박진현 학생이 군대에 입대 전에 ‘기독교의 이해’를 수강했다.
그 당시의 대학생들은 현재의 문 대통령에 열광하고 있었다. 물론 당선 전이다. 진보의 물결이 교실 안에도 대단했다. 강의하면서 혹시라도 진보 측에 대해서 비난이나 비평을 한다면 그 교수는 한 학기 내내 강의를 잘하고도 학생들에게 혹평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충청도 도지사는 안희정이었다. 진보 세력 중에는 건전하다고 보았다. 도정도 잘 이끌었음을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했다. 이를 예로 들면서 진보도 잘하는 것은 보수가 수용하고 진보도 보수의 장점은 배워야 함을 강조했다.
보수든 진보든 극보수가 되고 극진보가 된다면 나락으로 떨어질 순서밖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중도에서 잘 살피고 서로의 장점을 교훈으로 삼아 자신의 역량을 길러서 나가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진현 학생이 제대하고는 고학년이 되어 이번에는 ‘현대인과 성서’를 수강하고 있다.
4학기째나 코로나19로 비대면 강의를 하고 있다. 도리가 없이 영상으로 강의를 올리고 이에 대해 2페이지로 내용을 요약하여 제출하게 한다. 이번 학기에는 강의 소감을 마지막에 서너 줄 밝히게 하고 있다. 11월 18일 목요일에는 12 주차의 강의가 있는 날이다.
이날의 강의는 14일 주일 오후에 미리 공개한다. 학생들을 위한 배려다. 15일 월요일에 박진현 학생은 강의를 듣고 과제를 제출했다. 진현 학생은 “월요일 아침을 교수님의 강의로 시작하니 몹시 상쾌합니다. 특히 오늘 강의는 12강의 중 가장 좋았습니다.”라며 과제를 보냈다.
대부분 불신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니 주차 별의 강의 구성에 신경을 썼다. 학생들은 학점을 이수해야 하니 등록금을 내고 내 수업에 열심을 낸다.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가르치는 절호의 기회가 내게 주어진 것이다. 이것은 나에게 주신 주님의 복이다.
학생들이 나의 강의를 알아듣고서 주님께 다가섬은 그들이 받은 복이다. 진현 학생이 가장 좋았다는 12강 강의는 먼저 구약 역사를 한 시간 강의했다. 이어 신약의 배경과 마태복음에 대해 강의했다. 이어 남은 복음서에 대해 가르쳤다. 12주 차 강의에서 복음의 핵심을 전할 시간까지 가지게 된 것이다. 진현 학생은 소감을 아래와 같이 적었다.
“사복음서의 저자를 만날 수 있다면, 꼭 누가를 만나보고 싶다. 그의 겸손을 배우고 싶다. 가끔 교만할 때가 있어 기도로 극복하는 중이지만 아직 부족한 현실이다. 또한, 사람을 사랑했던 따뜻한 마음을 가졌던 그는 나와 대화가 잘 통할 것만 같았다.
교수님께서 이스라엘 외 페르시아, 알렉산더, 헤롯 등을 언급하시며 보다 넓은 구약의 배경을 강의해주신 덕분에 성경이 역사적인 사실이라는 점을 다시금 확신할 수 있었다. 또한, 사복음서의 특징을 머리 속에 잘 정리해 주셔서 주일 설교 말씀에 대해서 보다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요한복음은 공관복음과 제법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교수님의 정밀한 분석을 통해 더욱 이해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기독교의 이해 과목에서는 기독교의 폭넓은 배경을 강의하셨지만, 현대인과 성서 과목에서는 성경에 집중하여 나의 신앙증진에 더욱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특히, 기독교의 이해 과목을 수강하고, 현대인과 성서 과목을 수강하니 이해는 빨라졌으며, 효과도 만점이다. 누가복음을 강의하시며, 보수의 끝과 진보의 끝에 서지 말라는 말씀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과거 교수님께서 안희정 도지사를 칭찬하시는 말씀을 듣고 기독교의 이해 과목에 대한 애정이 떨어졌었다.
당시 나는 대학생이 범접하지 못할 수준의 강경 보수였다. 그러나 교수님께서 나를 설득하셨고, 마음의 문을 차츰 열어 교수님의 깊은 뜻을 이해하게 되었다. 절대 보수를 폄하하고자 하는 악의적인 뜻이 아니라, 보다 합리적이고 조화를 이루는 우리 사회가 되지 못함을 걱정하셨기에 하신 말씀이셨다. 군 제대를 한 지금도 내 생각은 똑같다. 끊임없이 보수와 진보의 잘잘못을 배우고 반성할 것이다.”
12번이나 진현 학생의 과제를 받아 읽으면서 이 학생은 성령님의 인도를 받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진현과 대화해보니 그도 한때 진보였다. 그러다가 나름대로 소신으로 보수로 변신했다. 그러나 처음 만났을 때 보수의 끝인 극보수였다. 이런 진현을 중도 보수 내지는 합리 보수로 이끈 것은 나의 영향이 있었다.
진현이는 장차 정치가 꿈이다. 이를 알고 잘 지도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의 신앙을 흔든 것이다. 교회에 대해 여타 대학생들처럼 배타성이 생길 무렵 나의 강의를 들으면서 그리고 줄기찬 소통을 통해 신앙을 회복한 것이다.
부산 외대에서 강의도 이제 9년이다. 진현 학생이 가슴에 담길 것이다. 그 외 이미 졸업한 학생들이 상당수 내 마음에 남았고 여전히 소통하고 있다. 그들의 신앙을 위해 목사 사명을 감당하는 즐거움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