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교단이 조광현 교수를 보유하고 있으니 선배 목사요 학부 형 목사로서 더한 기대가 된다.
조광현 교수는 고려신학대학원의 설교학 교수이다. 목사로 안수를 받은 아들의 설교에 영향을 준 스승이다. 언젠가 고려신학대학원에 방문하여 도서관에 갔다. 아들의 도서를 반납하면서다. 이때 나의 저술이 도서관에 있다고 아들에게 듣고 찾고 또 박윤선 목사에 대한 자료도 찾고 있었다.
이때 젊은 미남 교수가 나에게 인사했다. 당시 나는 그가 누구인지 정확히 몰랐다. 그래서 아들의 스승인 것은 알고 사진을 찍자고 청해 아들에게 보내 정보를 들었다. 아들은 조 교수라고 알려주면서 자신의 선생에 대한 자랑을 길게 했다. 아비로서 들어주었다.
이날 조 교수에게 “저의 교회에 한 번 초청하겠습니다.”라고 인사했었다. 그러다가 올해 초에 장로들과 당회에서 교수들을 초청하여 설교를 듣고 보은하는 시간을 가지자고 결정했다. 고려신학대학 등에서 강의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이런 초청이 교수들에게도 새로운 활력을 얻는 기회가 됨도 알아 교회는 말씀을 듣고 교수는 방문의 기쁨을 가지게 하고 싶었다.
5월 28일 주일에 조광현 교수가 부부 동반하여 도착했다. 김유리 사모는 이런 동행이 처음이란다. 내가 조 교수에게 강권하여 동행하게 했다. 조 교수는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그 아내가 사진을 찍지 않고 일기에 등장을 시키지 않는다면 오겠다고 했단다. 동행하게 함이 목적이어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지만, 아브라함도 거짓말을 했었다.
조 교수의 사역에 그 아내의 동역은 필수적이다. 그러면서도 사모란 자리가 녹록하지 않다. 인간적으로 잘해야 본전인 자리다. 그래서 자신의 남편 목사의 설교를 외부에서 듣고 존중과 존경을 받는 것을 확인하고 우리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추억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김장진 교수의 강권으로 사진에 조 교수 부부가 모델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잠시 대화하면서 조 교수는 아들 상훈이 이야기를 매개로 했다. 제자 사랑이 남달랐다. 자신보다 오히려 상훈 목사가 더욱 기대된다며 아비인 나를 위로했다. 이미 졸업한 지 3년째가 되어 가는데 아들 동기 사진을 꺼내어 보여주면서 그 동기 중 신실한 목회자가 많다고도 전했다.
11시에 조 교수는 목사 신분으로 강단에 서서 ‘더 좋은 포도주’(요 2:1-11) 이란 제목으로 설교했다. 혼인 잔칫집의 기적을 전하면서 창세기의 아담과 하와의 결혼 이야기와 요한계시록의 어린양의 혼인 잔치까지 접목하여 풍성한 말씀을 나누는 설교였다.
예배를 마치고 조 교수 부부와 함께 1층 식당으로 내려와 줄을 서서 준비된 음식을 자율배식하게 했다. 개혁교회의 모습대로였다. 자신의 식사량만큼 담게 한 것이다. 그러나 식탁에는 당일 식사 준비를 한 구역에서 별도의 반찬을 좀 더 마련해서 교수 부부를 존중했다.
오후 예배 설교 시에 조 목사는 “요즈음 교회들이 식사 준비를 할 여성도들이 회피하여 어려움을 겪는데 초원교회는 참 대단합니다.”라며 격려했다. 사실일 것이다. 나도 주변 동역자들에게 이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음을 파악하고 있었기에다. 조 목사가 맛이 있게 먹었다는 것 등의 격려가 당일 대접한 이들에게 힘이 되었을 것이다.
오후에는 ‘하나님 나라의 씨’(눅 8:1-15)이란 제목으로 설교했다. 두 차례의 설교에서 조 목사는 우선 시간을 정확하게 지켰다. 이날은 내가 바라던 바는 아니었다. 특별히 오후에는 더 길게 조 목사의 설교를 듣고픈 마음이 있어서였다. 그러나 설교학 교수의 결정을 존중한다.
목회를 한 교회에서 34년째 하니 성도들의 마음을 안다. 쉬우면서도 신학이 뒷받침되고 깊이가 있는 설교라는 반응이었다. 한 마디로 은혜를 받았다는 것이다. 조 목사는 전기한대로 설교학 교수이다. 그의 가르침은 아들 목사와 같은 제자들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흔히 경륜이 있는 목사나 학자들은 신학은 교회를 위한 봉사 신학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 역시 이에 공감하고 있다. 나아가 봉사 신학의 꽃이 설교학이다. 조 교수의 교단과 신학대학원에서의 위치를 가늠하게 하는 말이다. 말씀을 잘 전하고 가르치게 함에 신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런 교수 내외를 그냥 보낼 수가 없다. 오후 예배 끝부분에서 조 교수 부부와 그들의 두 딸인 하경이와 여경이를 위해 통성으로 기도했다. 그리고 나서는 부부를 일으켜 세우고 성도들도 모두 일어나 ‘축복의 통로’를 부르며 사랑을 나누었다.
조 목사의 축도로 예배를 마치자 김유리 사모가 내게 “목사님, 오늘 오기를 참 잘했습니다. 사랑에 감동을 엄청나게 받아 감사가 넘칩니다.”라고 전했다. 조 목사에게 교회에서 감사를 전하고 김 사모에게도 준비된 선물을 전하면서 초원의 마음을 전하였다.
이제 신학대학원에 갈 일이 있다면 조 교수 부부를 청하여서 청국장이라도 나누고 올 사이가 되었다고 여긴다. 고신교단이 조광현 교수를 보유하고 있으니 선배 목사요 학부 형 목사로서 더한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