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신학의 창으로 보는 훈련이 더 깊어가는 김 목사에게 내가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박성순 집사를 위해 기도에 기도를 더하라는 말로 이날의 대화를 마쳤다.
4월 10일 월요일 오후 2시에는 아들이 목사안수를 받는다. 나와 아내의 믿음으로 아들이 어릴 때부터 장차 목사직을 계승해주기를 기대하고 하나님께 서원의 기도를 드렸다. 그러나 여러 내외적 환경으로 아들이 성장해서는 이 길을 갈 것같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하나님의 때가 있었다. 아들은 고려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그것도 3년 내내 장학혜택에 생활비 백만 원까지 매월 후원을 받으면서였다. 이런 아들에게 교수의 기대가 있었으나 아들은 목양에 관심이 있었다. 그것도 큰 교회가 아니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분량 즉 성도의 이름과 면면을 다 알고 그들을 위해 목회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했다.
성도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서라도 공부는 더 하였으면 좋겠다고 권하여 신학석사 과정에 등록하여서 한 학기를 마쳤다. 그런데 아들은 진지하게 내게 공부를 중단하겠다고 했다. 이미 신대원에서 다 배운 것을 공부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말하자면 학위를 소지하기 위한 공부라면 하나님 앞에서나 학비를 지원하는 교회 등에도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단언하면서다. 아들의 실력배양을 기대했던 아비로서는 좀 그랬지만 아들의 신앙과 인성을 알기에 수용했다. 지금은 개혁신앙을 추구하고 목회에 그대로 적용하는 교회에서 강도사로 사역하고 있다.
가까이 지내는 김종선 목사와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자주 하며 산다. 그를 만날 때부터였다. 이런 김 목사가 지하에서 3층 예배당으로 그것도 교회 소유로 등기하고 이동함에 안내자 역할을 했다. 그 후 다시 김 목사를 인도한 것이 있다. 신학석사 학위과정에 등록하란 것이었다.
감사하게도 당시 신원하 원장이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사랑이 있었기에 김 목사는 고려신학대학원의 신학석사 과정에 입학했다. 신 원장은 1학년 두 학기를 후원했다. 절반 정도의 학비였다. 나머지도 두루 도움을 주는 손길이 있어 김 목사의 1학년은 은혜중에 마쳤다.
김 목사는 월요일마다 학교에 가는 즐거움을 보였다. 공부를 마치고 오면 교수들과 그 과목에 대해서 받은 감동을 설명했다. 김 목사가 설명하는 교수들에 대해서는 이미 아들을 통해 거의 통달하다시피 했다. 신학 공부하는 아들과 대화하면서 이미 섭렵한 부분이다. 그것이 아들을 사랑함이었고 애정의 표현이었다.
김 목사의 형편을 생각하여 2학년 이번 학기의 학비는 김 목사의 초교 동창인 박성순 집사와 내가 감당했다. 김 목사와 지방 나들이를 하면서 만났던 그 친구 집사의 믿음이 돈독하고 김 목사에 대한 신뢰가 깊음을 알기에 내가 청했었다.
박 집사는 그 남편 김기봉 장로와 함께 김 목사가 지하에서 어려운 시기를 보낼 때부터 종종 후원을 아끼지 않았던 하늘 천사였다. 김 목사는 기도의 사람인데 그의 기도가 자주 고향 땅과 교회 그리고 친구들에게 미치고 있음을 확인했기에 이들의 관계를 알 수가 있었다.
2월 27일에 개강한 김 목사는 3월 6일에 학교에 도착하여 “Th.M.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다”라는 제목의 글을 적어 보냈다. 베드로 전후서와 레위기, 그리고 예레미야의 강의를 듣는다고 적었다. 세 과목 모두 늘 배우고 싶은 성경이고, 특히나 가르치시는 교수님들의 뛰어난 실력과 영성으로 인해 더 많은 기대가 된다고도 적었다.
그러더니 “작년에도 신재철 목사님과 신원하 원장님의 사랑으로 공부할 수 있었는데, 이번 학기에도 신재철 목사님과 시골 친구 박성순 집사의 사랑과 섬김으로 학비를 마련해 주셔서 이렇게 빚진 마음으로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도 밝혔다.
글을 읽는 시간에 성순 집사에게 바로 이 글을 보내고는 “집사님, 아예 집사님과 제가 졸업까지 시킬까요?”라고 시작하여 글을 보냈다. 이때 종선 목사에게 투자는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일임도 부연했다. 박 집사는 내 글을 읽자마자 시간 끌기의 묵상이 없이 바로 그렇게 하겠다고 답을 돌렸다.
김 목사는 글의 결론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학기, 무지하고 부족한 나를 위해 기도하고 사랑과 정성을 다하는 주위의 귀한 분들과 우리 성도들을 위해서 더 부지런히 열심을 품고 배우는 일에 힘써서 아직도 어둠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진리의 빛을 비추고 싶다.”라고 적고 마쳤다.
김종선 목사도 훌륭하지만, 그 친구 박성순 집사는 한 수 위의 성화 단계에 있다고 여겨진다. 교회사를 연구하고 가르치면서 호남지역에는 교회가 많고 영남부터 강원도 동해안을 끼고는 절이 많음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제자들에게 교인들에게 대우받고 사랑받으려면 호남에 가서 목회하라고 전하기도 했었다.
사실 우스갯소리를 겸한 말이었지만 박 집사를 통해 이를 확인하니 마음이 묘하다. 아무리 초교 동기이고 고향 친구라고 해도 김 목사의 신앙 인격과 목사직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후원이 어려울 것임은 자명하다. 주었다가도 빼앗고 싶을 것이다.
3월 7일에 만난 김 목사는 세 교수와 세 과목에 대한 감동을 전하면서 부흥회를 시작했다. 자신을 이 학교에서 공부하도록 인도하고 길을 연 내게 감사한다면서다. 성경을 신학의 창으로 보는 훈련이 더 깊어가는 김 목사에게 내가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박성순 집사를 위해 기도에 기도를 더하라는 말로 이날의 대화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