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앙의 대물림이 잘 되면 나는 성공한 할아버지로 기록을 남길 것임을 안다.
7월 26일 화요일은 손자 혜우가 이 땅에 태어난 지 딱 100일이 되는 날이다. 요즈음은 백일잔치를 하지 않아 감사하다. 코로나19가 막았다고 여긴다. 그전만 해도 자녀들을 우상시하는 풍조 속에서 너도나도 백일잔치를 했다. 나아가 돌잔치까지다.
목사인 내가 신앙의 호주로 우리 가정을 이끌어 가고 있는 한 이런 잔치는 애초부터 없었을 것이다. 이는 신앙적인 해석을 떠나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일이기도 되기 때문이다. 그저 아들 내외와 손자를 보고 말씀을 전하고 기도하는 것으로 하나님께 감사하고자 했다.
과거와 같이 우환이 많아 백일을 잘 넘겨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백일동안 잘 지켜주신 주님께 감사하고 손자의 앞날을 주님께 맡긴다는 의미의 감사와 서원이다. 그런데 사돈에게 연락이 왔다. 백일에 식사하면서 얼굴을 보자는 것이다.
사돈은 딸이 둘이 있다. 며느리는 그의 둘째 딸이다. 언니보다 먼저 결혼하여 이번에 자녀까지 낳았다. 사돈은 나보다 연배이니 늦게 외손자를 본 셈이다. 사돈이 청하니 거절할 수가 없다. 이는 나에게 딸과 같은 며느리에게도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6일 화요일에 송도의 한 식당에 예약하라고 아들에게 전했다. 얼마 전에 김길자 권사가 나를 대접했는데 좋은 이미지를 가졌기 때문이다. 감사하게도 아들이 별도의 방을 예약했다. 우리 가족들만 들어가서 대화하며 식사를 할 공간이었다.
그런데 이 자리에 사돈의 처형이 동행했다. 며느리의 모친보다 위의 언니이다. 며느리에게 이모가 된다. 나는 초면인 듯한데 그는 나를 잘 아는 것으로 말했다. 아내말에 의하면 결혼식 당일에 우리 집에도 들렀었다고 하는데 내가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대단히 젊어 보인다는 것이다. 과거에 보았을 때는 팍삭 늙어 보였다는 의미였다.
요즈음 나름대로 건강관리를 잘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니 기뻤다. 이런저런 대화하면서 식사를 했다. 사돈 내외는 훌륭한 식사라고 격찬하면서 응했다. 사돈만 아니면 중국식당에서 자장면에 탕수육으로 마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식당 선정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장모에게 백일반지를 하나 선물로 받아왔다. 내가 사역을 하다 보니 아들의 백일인지 돌인지는 모르나 반지가 여러 개 들어 왔었다. 20여 개였다. 이를 IMF 경제위기 시 금 모으기 운동 시 모두 처리해 교회에 헌금을 드렸다. 그 후 관심을 가지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이번에 금반지 구경을 했다. 사돈은 금반지를 한돈 사서 왔다. 요즈음은 30만 원이 넘는단다. 나와 아내는 이에 비슷한 재원을 준비하여 봉투에 넣고 손자를 위한 말씀을 적었다. 반지를 사고 싶으면 사라고 하면서 아내는 며느리에게 전달했다.
식사를 마치고 아들이 식비를 계산하려고 했다. 이때 내가 이번에는 손자를 위해 내가 계산하겠다고 했다. 아들은 굳이 자신이 감당하겠다고 하지 않았다. 손자를 위해 사실상 내 지갑에서 지출이 나갔다. 이 시간에 어머니와 아버지가 동시에 생각이 났다.
어머니는 자식은 물론 손자들을 위해서도 하실 일을 감당한 멋진 할머니였다. 그러나 아버지는 이에서 전혀 예외였다. 이를 생각하면서 나는 어머니와 같은 할아버지가 되기를 원했다. 손자의 백일에 지출을 할 수가 있어 감사했다. 신앙의 대가 아들에게 잘 이어졌다.
이런 대물림이 손자에게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이것이 잘 되면 나는 성공한 할아버지로 기록을 남길 것임을 안다. 요즈음 아내가 내 곁을 종종 비운다. 손자에게 가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아내의 행복일 것이니 내가 굳이 빼앗을 마음이 전혀 없다.
설교 시간에 손자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작정했다. 어느 스승 목사에게 질렸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강단은 설교하라고 세워주셨음을 알기 때문이다. 아들을 키울 때는 너무나 분주하게 살았기에 정확히 말해 교회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달렸기에 어떻게 지났는지 모른다.
그러니 아들에게 쏟지 못한 사랑을 손자에게는 좀 나누어 주고 위를 바라보고자 한다. 아들 내외가 둘 정도는 더 낳겠다고 하니 기대가 되면서도 부담은 된다. 하지만 셋만 되면 이 나라가 크게 개입한단다. 감사한 일이다. 다산은 주님께 충성하는 최고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