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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양수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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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께 나름대로 효를 다하고 있다. 그러나 어머니에겐 그럴 기회가 없었다.

 

 

85일 월요일부터 한 주간 여름휴가가 주어졌다. 당초 지인의 초청으로 제주도에서 시간을 가지려했다. 무엇보다 아내에게 제주도를 제대로 한번 둘러보았으면 좋겠다는 소원이 있음을 알아서다. 하지만 아내를 향한 나의 마음이 지켜지지 못하였다.

 

개인 사정이 있어서다. 그중 하나가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드리기 위함이다. 얼마 전 마산의 노인 병원에 계신 아버지를 방문하니 요즘 들어 부쩍 네 어머니가 꿈에 나타난다.”라고 하셨다. 선산의 맨 위에 자리 잡은 어머니 산소에 한번 가고 싶으신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면에는 선산에 묻혀 있는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그리웠던 것이다.

 

손자인 상훈이도 같이 들었다. 그래서 여름방학 중에 한번 모시고 선산방문을 하겠다고 했다. 아버지를 어머니 산소까지 모시려면 007작전이 필요하다. 한쪽 다리를 절단한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적어도 200m가 되는 산소까지 자력으로 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우천 목사에게 청을 하여 아버지를 보은산소아래까지 모시고 오게 했다. 정 목사는 사랑으로 교회 목사이다. 그야말로 사랑이 많은 목회자다. 내가 청을 한 것은 정 목사에게 사랑을 전하고 싶음이 컸다. 그냥 전하면 구제가 되지만 이런 경우는 감사의 연보가 되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선산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아버지의 동생들인 숙부와 숙모도 도착했다. 나의 경우 셋째 숙모는 2006년 나의 어머니 귀천 날 이후 처음대면이다. 아버지도 그러하다. 막내 숙모는 1년에 두어 차례 보고 있다. 나의 고향에 살고 있어 방문을 종종 한다.

 

대전에 살고 있는 사촌누이와 형도 도착했다. 아버지는 그리운 형제와 조카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아버지를 만나면 대전에 있는 사촌들의 안부를 종종 물었다. 이날 아버지는 그 조카들을 만난 것이다. 65세가 된 사촌누이는 아버지를 보자마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3년 전에 귀천한 백부를 더욱 생각나게 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아버지를 태운 정 목사의 차는 1127분에 도착했다. 다른 친척들은 모두 미리 도착해 있었다. 정 목사의 능숙한 솜씨로 아버지는 휠체어에 올랐다. 그러나 산에 도착하자 오르막길에 잡초가 우거져 휠체어 이동이 불가능했다. 아버지는 의족을 한 상태다. 버팀대에 의지하여 걷기 시작했으나 몇m를 가는 정도가 전부였다.

 

아들 상훈이가 할아버지를 엎었다. 해병대 정신이 살아 있어 나름대로 체중이 나가는 할아버지를 업고 오르기 시작했다. 이날 올해 들어 가장 더운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날이다. 중간에 내가 아버지를 업고 30m를 진행했다. 하지만 60세를 넘긴 내 나이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였다.

 

그 후 상훈이가 두 차례 쉬어가면서 아버지를 결국 어머니 산소까지 모셨다. 참석한 사람들이 다 모였다. 셋째숙모만 관절이상으로 올라오지 못했다. 정 목사는 말씀을 전하고 기도를 했다. 이때 정 목사는 은사 목사님이 계셔 설교를 하는 게 참 부담스럽습니다.”라고 전제했다. 하지만 나는 이날 큰 은혜를 받았다.

 

참석자들이 믿음이 없거나 약한 것을 감안할 때 초 신자들이 듣기에 아주 유익한 설교를 했기 때문이다. 믿음이 약한 노인 성도들을 위한 목회전문가가 정 목사이기에 그 설교도 합당했다고 여겨진 것이다.

 

숙부들과 사촌이 아버지에게 봉투를 건넸다. 아내와 아들도 아버지가 좋아함을 알아 역시 준비한 봉투를 건넸다. 나는 두 개를 준비하여 정 목사와 그 사모에게 각각 전했다. 그리고 하산하면서 다른 산소들을 잠시 들러보고 식당으로 향했다.

 

아내가 검색한 식당에 도착하니 3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단다. 휴게소에서 대기하면서 대화의 꽃을 피웠다. 이때 아버지는 당일 받은 봉투에 관심이 가는 듯 계속 만지작거렸다. 기다리길 잘했다는 평이 모아졌다. 고기 맛이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아내는 평생에 이렇게 맛이 있는 소고기 육회는 처음이라며 행복해했다.

 

만나서 세 시간 정도의 행복한 시간이 흘렀다. 이제 다시 헤어지는 순간이 되었다. 이때 아버지는 오늘 산소는 끝이다. 이제 더 이상 생전에 안 온다.”라고 전한다. 의외의 선언이어 내가 숙부들이 다 듣는데 다시 물었다. 그랬더니 손자가 너무 고생해서 싫다.”라고 단 답을 하신다.

 

상훈 전도사가 해병대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옛이야기다. 이날 아마 순교하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올라갈 때는 세 차례 내려올 때는 두 차례 쉬면서 할아버지를 업은 것이다. 아버지의 몸무게가 70kg정도 인 것을 감안하면 이날 수고는 기록적이다.

 

그래도 상훈이는 아버지인 나보다 윗대인 할아버지를 업고 할머니가 부활을 기다리고 있는 묘소까지 모셨으니 평생 기억에 남을 효도를 했다. 이날 나의 지출은 상당했다. 재정부에서 휴가비를 주었지만 단 하루에 그 배가 사용이 되었다.

 

교회에 정화조 공사가 시작된 주간이다. 이미 백만 원의 헌금을 드렸다. 하지만 휴가비를 받는 순간 그것도 정화조를 없애고 국가관로로 연결하는 이번의 공사비로 드리기로 작정했다. 어려운 시기에 교회에서 전하는 휴가비를 거절하지 않은 이유가 된다.

 

아버지께 나름대로 효를 다하고 있다. 그러나 어머니에겐 그럴 기회가 없었다. 2006년 봄에 73세로 주님의 부름을 받았기 때문이다. 넉넉하지 않지만 반드시 사용을 할 곳에 쓸 줄 아는 나라고 자타가 인정한다. 어머니에게 재물을 사용하지 못한 것이 내겐 상처로 남아 있다. 그렇게 하루의 해는 서산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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