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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일을 지나면서 자식에게도 부끄럼이 없는 목사요 아비가 되자는 마음을 새기게 된다.

 

63일 월요일은 나의 생일이다. 매년 맞이하는 생일은 하나님께 감사하는 날이다. 그리고 부모님께도 감사한 날이다. 안타깝게도 어머니는 내 곁에 게시지 않다. 어쩌면 고난과 고생의 연속이었던 이 세상을 떠나 주님의 품안에서의 삶을 시작한 것이 다행인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생존해계시지만 통화조차도 어렵다. 귀가 어두워서다. 곁에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 소통이 가능한 정도다. 그렇다고 생일을 맞아 아버지께 감사하고 싶다고 마산까지 갈 형편이 되지 못한다. 초원교회 담임목사직을 감당하고 있는 한계다.

 

어느 목사는 자신의 생일에 성도들을 줄줄이 세워 축하를 받았다. 그 목사의 아내는 측근 권사에게 목사님 생신에 1억 원이 넘게 들어온 때도 있어요.”라고 전했다. 남편목사의 생일을 생신으로 표현함부터가 심각한 병이다. 그리고 1억 원이 웬 말인가? 그것도 이 말이 있었던 때가 1990년대 후반이니 그 액수는 가히 천문학적이다.

 

이 목사는 심지어 교단의 제자 목사들과 신학생들까지 줄을 세워 축하를 받았다. 이 광경을 직접 보고 목사의 생일이 성탄절보다 귀한 절기란 기막힌 생각을 했다. 사실상 낙심이었다. 이를 지켜보면서 목사의 생일에 흔적도 없이 보낸다는 결심을 했다.

 

하지만 성도들이 이를 용인하지 않았다. 그저 조촐하게 감사의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일에 미역국 정도를 끓이고 평소에 없던 떡도 좀 해서 나누는 것을 허락했다. 62일 주일은 나의 생일을 하루 앞둔 날이다.

 

이 주일에 마침 아내가 속한 구역이 식사당번이었다. 아내는 구역장과 함께 간단하지만 정성을 담아 식사를 준비했다. 이때 연합여전도회 회장을 위시한 여 성도들이 도움을 주었다. 결국 교인들이 음식을 나누며 내 생일을 기억하고 주일오후예배를 준비하게 된 것이다.

 

이날 나는 식사를 하면서 연합여전도회 임원들을 소집했다. 간담회를 위함이었다. 이때 서너 성도들이 목사님, 생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목사님의 생신인 것 이제 알았습니다.”라고 토를 달았다.

 

예배광고시간에도 전혀 내가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희숙 권사가 양복 상의와 넥타이를 선물로 준비했다. 남편인 정찬배 장로의 생일이 나보다 하루 앞이다. 따라서 현 권사는 나의 생일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두 성도들이 평일에 식사대접을 하겠다고 나선다. 하지만 모두 응할 수 없다. 다만 교역자들을 한꺼번에 대접해 준다는 권사의 청은 받아들였다. 그렇게 주일이 지났다. 목사의 생일에 그저 성도들에게 조금은 준비가 된 식사를 나누게 함으로 넘긴 것이다.

 

하루가 지난 63일 월요일 새벽기도를 마쳤다. 이날은 노회에서 준비한 레위기 세미나가 있어 아내와 참석하기로 했다. 집을 나서려는 데 아들과 며느리가 내 방에 들어섰다. “아빠 생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며 봉투를 건넸다.

 

신사임당이 서너 장 들어 있었다. 그러나 이에는 눈길이 크게 가지 않았다. 아들내외가 정성스레 기록한 편지글에 시선이 집중되었다. 먼저 상단에 며느리가 장문의 기록을 했다. 시아버지인 내가 동시에 담임목사인 것이 감사하다고 적었다.

 

그리고 나의 건강을 잘 챙기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기 부부를 영육 간에 잘 먹여줌에 대해 감사한다고 적었다. 영의 먹음은 설교를 말함이고 육의 먹임은 함께 살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를 표현한 것이다.

 

하단에는 아들이 장문의 감사를 적었다. 내가 이미 60대의 나이에 진입한 것에 대해 건강을 기원하면서도 야릇한 마음을 풍기는 글이 있었다. 세월의 빠름에 대한 감성을 마음으로 담아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는 신대원에서 신학공부를 한 학기 두 학기 할 때마다 아빠가 참 대단하다는 걸 느껴요 저도 열심히 배우고 노력해서 아빠처럼 될게요. 남은 삶도 하나님께서 더욱 귀히 쓰시는 아빠가 되시기를 기도할게요..”라고 적었다. 요즈음 아들이 나의 설교와 강의를 들으면서 신학교에서 자신을 가르치는 교수들과 자연스럽게 비교를 하는 것 같다.

 

또 교수들이 가르치는 것과 내가 목회와 설교하는 것이 거의 같은 동선이거나 맥락임을 확인하여 내가 대단하다는 것을 느낀다는 표현을 동원한 것이다. 남은 삶을 운운한 것은 그동안 불의한 목사와의 영적전투를 염두에 두고 위로한 것이다.

 

하나님 앞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이 땅위에 남길 것이 그리 많지 않다. 그저 작지만 최선을 다하여 주님을 기쁘시게 하는 교회인 우리 초원교회가 전부일 정도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아들내외가 있다. 더욱이 나의 뒤를 이어 목회자가 되고자 하니 주님께 큰 감사가 넘친다. 생일을 지나면서 자식에게도 부끄럼이 없는 목사요 아비가 되자는 마음을 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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